읽고 · 느끼고 · 나누다

남자의 시간, 시로 말하다

2026. 5. 23. am 11:00 – pm 2:00
한나식빵 송파점 · 마마사랑방
천천히 내려 읽어 보세요

빵 한 조각,
커피 한 잔의 여유.

오늘은 시 두 편을
함께 읽습니다.

첫 번째 시

바닥에 대하여

정호승

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

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

바닥은 보이지 않지만

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

바닥까지 걸어가야만

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

바닥을 딛고

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

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

발이 닿지 않으면

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

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

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

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

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

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

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

두 번째 시

시절 인연 時 節 因 緣

글 · 이석훈

돌아보면

인연은 나이마다 다른 얼굴로 왔습니다

열 살의 곁엔

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친구들

스무 살의 곁엔

첫 세상에 부딪히며 꿈을 찾던 사람들

서른의 곁엔

가정을 이루고 삶의 무게를 지던 사람들

그리고 마흔,

지금 새로 맺는 인연은

그 농도가 다릅니다

쓴맛도 단맛도 이미 다 삼켜본 사람들

저마다 상처와 고생을 지나온 사람들

그래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깊습니다

지금 당신의 곁에는

농도 짙은 인연이

함께 있습니까?

오늘 이 자리에서
읽고, 느끼고, 나눈 마음이

서로의 고생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
농도 짙은 인연으로
남기를 바랍니다.

2026. 5. 23.  남자의 시간